내가 눈을 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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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10-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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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죽음 소식을 들은 사람의 첫 마디가
식구들 고생시키더니
아이고 잘 되었네 ~ 가 되지 않게 하소서

대를 이어갈 자식이라며
임금 모시듯 벌벌 떨며 헌신하더니
독방에서 쓸쓸하게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한을 풀어줄 자식이라고
행여 부족함이 있을까 넘치게 내어주더니
잘못 키웠다 한탄하다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재물이 효자라며
끌어 모으고 지키느라 눈에 불을 켜더니
눈 감겨주는 자도 없이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유산으로 물려주겠다고 라면 먹으며
배고파 우는 아이 나 몰라라 하더니
분배도 못하고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건강이 제일이라며
병원쇼핑, 웰빙식품 쇼핑 즐기더니
보따리 보따리 쌓아놓고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쾌락에 마음 뺏기어 정신 잃고
폭음과 폭식에 몸을 내맡기더니
피골이 상접하여 비명횡사하였네 하지 않게 하소서

말기 암을 이기겠다며
만병통치약 찾아 방방곡곡 헤매이더니
빈털터리 되어 객사하였네 하지 않게 하소서

말 한마디 못하고 물 한 모금 못 넘기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으로 생명줄을 끈질기게 잡고 있더니
별똥별처럼 사라져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시도때도 없이 중환자실 들락거리며
사람들 끌어모아 애간장 태우게 하더니
늑대소년처럼 홀로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입이 무거워야 성인군자라며
얽히고설킨 한을 팥 시루떡 찌듯 켜켜이 쌓아 놓더니
실성하여 용암처럼 쏟아내다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내 할 일 다하고 정년퇴직하였으니 배울 게 무에 있나 하며
무위도식으로 30여 년 지내더니
허송한 세월이 아깝다고 한탄하다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사람은 죽기까지 배워야 한다며
돋보기 쓰고 인터넷 서핑에 동분서주하더니
키보드에 얼굴박고 눈 못 감고 갔네 하지 않게 하소서

나이 들수록 옷이 날개라며
계절 따리 새로운 패션으로 멋을 부리더니
수의 한 벌 입고 가네 하지 않게 하소서


그 대신

평안함을 안겨주던
잔잔한 미소 보고파 어쩌나~ 하게 하소서.




- 이냐시오의 벗들 2010년 11월 소식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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